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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묻지마 관광

2001.10.04.목요일
딴지관광청

"야 이거 잼있지 않겠냐? 남들은 다 모르고 기획한 넘들만 아는 관광말야. 하나씩 드러나면서 느끼는 즐거움.. 일명 묻지마 관광!! 어때.. 이거 하자!! 푸하하하"

또 사고가 터져 버렸다. 술 마시면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툭 하고 던지는청장의 아이디어는 관광청 따까리 기자덜에게는 바로 숙제다. 좋게 말해 추진력이고 나쁘게 말해 무대뽀지만 아이디어를 현실로 밀어붙이는 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뚜버기청장이다.

기사가 오르고 별 생각없이 천하태평이던 청장이 바빠진 것은 행사를 20여일 정도 남기고부터였다. 잦은 기획회의 소집을 통해 각자에게 역할이 할당됐고, 행사 테마는 <락과 맥주의 자유>로 능력만큼 즐기는 여행이 주 컨셉이었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리고 각종 방송과 매스컴에 묻지마 기사가 실리고 참가자의 인원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날수록 이 전대미문의 대규모 이벤트에 전 스태프는 똥꼬의 수축이완이 반복되며 긴장질을 해댔지만.. 딱 한사람 관광청장은 도무지 긴장하는 빛이 없다. 이 냥반은 도대체 간땡이가 있는 거야?

드디어 행사 D-1일, 본 기자를 포함 두 명의 선발대는 최종행사지인 강원도 서석면으로 출발했고 도착해서는 당일행사를 위한 준비작업에 졸라게.. 아니 조빠지게 뛰어댕겨야 했다.

조빠진 채로 바위에서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관광청 기자

무대가 설치될 운동장을 체크하고 무대 및 음향설치를 점검하고 부대시설을 만들어야 했고 조명까지도 챙겨야 했다.

행사 당일, 아침부터 행사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그런 긴장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밤에 쳐들어 올 묻지마 요원을 위한 준비를 다 완료해야 했다. 장터가 들어서고 맥주 가판대가 설치됐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플랭카드를 세우고 조명대 위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 만국기를 설치했다.

그러다 보니 저녁, 최종적으로 무대 점검과 캠프파이어 준비를 마친 후 공연자들의 리허설이 들어갔다. 오프닝 사회를 맡은 빨간고추 기자와 축시를 담당할 우비소녀도 연습을 하느라 분주하게 입을 맞추었다. 쪽쪽쪽.

본대는 예정보다 조금 늦게 서울을 출발해 현장으로 오고 있었다. 리허설이 시작되자 마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다시 본대에서 첫번째 휴게소를 막 출발했다는 연락이 왔다. 버스안 분위기가 아주 좋다는 희소식도 함께. 그런데, 예정보다 1시간여 이른 11시경에 도착할꺼 같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순간 현장에 있던 공연진과 스태프들은 모든 준비를 한시간 일찍 마쳐야 한다는 것에 몸이 더 빨라졌다.

현지 주민들은 운동장을 빼곡히 메운 채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관광단이 도착하면 행사장의 모든 전원을 다 끈 상태로 맞이해야 했기에 요소요소에 무전기를 가진 요원들이 배치되었다. 본대가 농원에 진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은 그야말로 폭풍 전야였다.

무대위에는 빨간고추 기자 혼자만이 올라가 있는 상태, 멀리 본대의 버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전기와 방송을 통해 전원을 모두 내렸다.

돌아보면 얼마나~

순식간에 주위는 칠흙같은 어둠에 둘러싸였지만 갑작스런 어둠에 당황한 현지 주민들이 차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빨간색 브레이크등이 들어왔고, 동시에 ‘시동을 꺼주세요~’‘불을 꺼주세요’ 라 다급히 외치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모두들 동시에 긴장하고 있었고, 모든 불빛이 사라진 직후 첫번쨰 버스가 모둘자리로 서서히 진입해왔다. 스태프용 차량이다.

이어서 묻지마 요원을 실은 차량이 들어오고 차량 옆으로 검은색 상의의 안전요원들이 관광단을 도열시켰다.

어둠 속을 작은 후레쉬로 비춰가며 우선 첫번째 선수단(?)을 입장시켰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다정하게 손을 잡고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묻지마 요원들의 표정도 각양각색이다. 잔뜩 호기심 어린 얼굴, 웬지 불안한 얼굴, 될대로 되라는 얼굴..

드이어 선수단이 스태프들끼리 약속했던 지점에 이르렀을 때 일제히 조명이 환하게 비추며 준비되었던‘나의 조국’이 우렁차게 흘러나온다. 이내‘돌아보면 얼마나~’로 시작하는 환영멘트가 싸늘한 밤공기를 가로질러 가슴에 강하게 내리꽃혔다.

베일에 쌓인 우비소녀를 기억하는가?

선수단들은 이 느닷없는 조명과 음악을 접하자 신나게 상기된 얼굴로 변하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인근 주민들이 무대위 및 양 옆에서 박수를 치고 환호를 지르며 관광단을 맞아주고 있었다. 원래는 관광단들이 줄줄이 일정간격으로 입장할 것을 예상했는데 다소 시간이 지연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으나 사회자의 재치있는 애드립으로 별 무리없이 입장식이 진행되었다.

축사 및 환영사, 애국가, 싱글들에 대한 묵념, 축시 등 시종일관 자유총연맹의 엄숙딸딸이 분위기로 진행된 개회식 쎌레머니는 어찌보면 묻지마 관광의 하이라이트였는지도 모른다. 많은 선수들은 개회식이 가장 딴지스 다운 행사였노라고 말을 하곤 했다. 그것만 하고 그냥 귀가 시킬 것을...

이어서 본격적인 락페스티벌이 시작되었다. 뮬, 올라이즈밴드, 두두, 투페이스등 언더에서 한 끗발하는 가수들이 게스트로 참가했는데 벌써 락을 자주 접한 세대들과 그렇지 않은 세대들의 이분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모습이 보였다. 일부는 락이 시작될 때 벌써 숙소로 돌아간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묻지마 컨텐츠가 별로 잼있는 기억으로 남지 않았을 테지만 그건 그 사람들 팔자고.

하여간 락페스티벌이 시작되었고, 스태프와 안전요원들이 뭘해야 하나 뻘쭘하게서 있는데 뚜벅이 관광청장의 명령이 하달되었다.

‘함께 즐겨라!. 니덜이 즐거우면 장땡인거야’

스템덜언 그 명령을 기다렸다는 듯이 락에 미쳐갔다. 날이 생각보다 추웠는지 선수단은 삼삼오오 장터앞에 모여 있었지만, 락을 즐기며 뛰던 사람들의 등엔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락페스티벌에 이어서 캠프파이어가 진행됐지만 이미 현장은 이렇게 놀 놈은 이렇게 놀고 저렇게 놀 놈은 저렇게 노는 완전 자유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청장이 처음 의도한, 꼴리는 대로 놀자의 컨셉이다. 벌써 눈이 맞은 몇몇 커플들의 웃음소리는 닭스러운 비명으로 변해가고 각 국가별 팀들도 지덜끼리 모여 브라보를 외쳐대고 청장은 벌써 맛이 살짝 가서 특기인 향응 받기 바쁘다.

캠프파이어 점화와 함께 파티는 무르익었다

무대에서는 인간 경매가 시작되고 각종 장기 자랑이 벌어진다. 꽃을 사서 앵겨주는 남자, 자기랑 놀자고 뛰어다니는 여자, 개인기를 펼치는 커플.. 졸지에 농원이 젊음의 해방구가 되어가고 불 붙은 장작불 옆에는 밤새도록 사람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저 지치지 않는 정력.. 일부는 숙소로 들어가 잠깐 잠을 청하고 일부는 새벽 산책을 하기도 한다. 아침이 되어 해장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묻지마 공식 행사는 끝이 났다.

행사를 처음 기획하고 진행하며 분주히 뛰어다녔던 뚜벅이 관광청장 이하 인증여행사 관계자분들과 전 스텝들, 칠흙같던 어둠을 단숨에 깨트리며 환하게 밝혀진 무대를 바라보던 첫 관광단 대열들의 동그란 눈동자, 락의 자유정신에 한껏 몸을 내던지며 아이처럼 밝게 웃던 사람들의 움직임, 이벤트 내내 마음껏 웃고 떠들며 즐거워 하던 사람들의 해맑던 표정들, 그리고 행여나 있을 사고에 대비해 시키지도 않은 순찰을 자발적으로 돌며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풀지 않았던 안전요원들의 책임감... 이번 행사를 통해 두고 두고 기억날 주인공들의 얼굴들이다.

우리의 자랑스런 안전요원덜

그러나 본 행사가 어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었으랴. 행사가 끝나고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는‘딴지측의 준비가 소홀했다’라든지 ‘유치한 프로그램이다’라는 등의 혹평이 있기도 했다. 물론 그 댓글에는‘신나는 주말이었다’‘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렸던 하루였다’는 리플들이 이어지는 걸루 보면 그래두 놀넘은 잘들 놀았다는 거 아니겠나? 후기 기사를 쓰면서 청장에게 행사 평가좀 해달라고 했더니 그냥 씨익 웃고 만다. 머야? 저 웃음의 정체는..
 


많은 이들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짜여진 일상에서 하루하루 자신을 죽여가며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평이로운 일상에의 반란을 한번쯤 꿈꾸며 탈출을 시도하지만 이내 포기하곤 하는데, 어찌 되었던 묻지마 관광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영혼을 펼칠 기회가 아니었을까 하는 자평을 해본다.

하여간 고생덜 하셨다. 앞으로도 본청은 더더욱 진보된 이벤트와 더더욱 완벽한 진행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여러 독자제위들에게 약속한다. 글쿠.. 마지막에 말도 없이 빵꾸를 내 버린 백여명의 묻지마 지원자덜.. 명랑여행은 예약문화의 정착없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로 니덜은 특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가뻐렸다. 앞으로 딴지에서 행하는 모든 이벤트에 니덜은 지원자격 업따. 정 억울하거덩 최상질의 뽈노라두 보내봐라. 또 아냐? 사면될지?

묻지마 동영상 살짝 맛 보기

 

피에쑤: 유료 배포하겠다는 묻지마 씨디는 현재 쌔끈하게 편집중이다. 며칠 후에 자손만대 가보로 길이 빛날 소장품이 출시되니 쫌만 더 기둘리시라.

딴지관광청 (tour@ddanzi.com)


 

 

묻지마 협찬사들: 딴지 인증여행사 12개 외..